불황에 지방세·교부세 감소…곳간 비는 지자체들
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의 불황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지자체들의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당장 진행 중이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여수시는 올해 1차 추경까지 810억 원의 지방채 발행을 결정했다.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과 시립박물관 건립 등 주요 사업들의 예산이 부족한 탓인데, 지방채로 인한 부채가 1,20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석유화학 업계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4천억 규모였던 지방세 수입이 2,700억 대로 줄어든 여파가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최근 2년간 정부의 교부세도 1,300억 원 가량 줄어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여수시 관계자는 "세수 분석해 보니까 지방세도 5년 전, 즉 2020년 정도 예산 규모로 가버렸다. 지금 재정이 안 좋다"고 전했다. 산업구조가 비슷한 인근 지자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년 사이 광양시는 지방세와 교부세가 1천억 원 가량 줄었고, 순천시는 교부세가 2천억 원 가까이 줄어 큰 타격을 입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재정과 매칭이 필요한 국비사업을 지자체들이 서로 거절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올해 초 산림청이 전남 동부권 지자체에 소나무재선충병 재해 대책비 3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순천시는 절반만 배정을 받았고, 여수시는 남은 예산 15억 원의 배정을 거부했다.재해대책비는 국비와 도·시비가 각 절반씩 투입되는 매칭사업이다보니, 지자체 몫의 예산이 부담됐기 때문이다.순천시 관계자는 "인건비나 기본 나가야 될 돈은 계속 올라간다. 옛날에 비해서 교부세는 계속 떨어지고 원래는 올라야 될 지방세 수입도 계속 현상 유지, 즉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했다. 5년 전 수준으로 축소된 세수 규모에 지방 행정 차질이 가속화되고 있다.
홍수민
2025-05-14 13:49:53